영어 회화도 문법을 알아야만 한다?
제 딸이 지금 grade3입니다.
필리핀에서 8살이면 grade3레벨정도되구요
한국으로 보면 한 초등학교 3학년정도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그런데 카비테로 오기 전에 살았던 바기오에서는 제 딸 니아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고,
공부를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나 봅니다.
딸 니아가 까비테에 와서 저와 제 집사람과 함께 가족으로 살게 된 것도 벌써 4개월이 되어가네요...
제 딸은 집사람이 어렸을 때, 처가댁으로 입양된 장모님 쪽의 친척 아이라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지금은 제 딸이구요... 아직 법적처리를 하진 못했지만 우선은 서로를 알아가며 정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요즘 집앞의 작은 사립학교(큰집을 개조해서 교실 2개를 만들어 놓은 ... 학교라고 하기엔 좀 작은..)를 다니고 있는데
공부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던터라 아직도 영어든, 따갈로든 제대로 읽지 못하고 겨우 알파벳 정도만 알 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몇 번, 제가 직접 영어 읽기를 독한 마음 먹고 가르쳤습니다.
영어 책을 읽으라고 하고 읽지 못하는 단어를 스펠링을 읽고, 그것을 제가 읽어주었습니다.
재미있는건 쉬운 걸 못 읽는다는거였죠.. 이를테면 Sure, as 따위 같은 아주 단순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이걸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옷걸이로 종아리쳤더니... 얼마나 울던지.. 겁은 많아서 자리에 주저앉아서 엄청나게 울었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거지만 딸애는 연기의 대가였습니다. 사실 세게 때린것도 아니고, 덩치도 크고 몸이 돌처럼 단단한 근육덩어리인 딸애가 옷걸이로 그냥 진짜 아플까봐 "툭"하고 내리쳤을 뿐인데... 자지러지는 모습을 보고 기가 막혀서 더이상 매를 들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교육 방법을 바꿨죠
모르는 단어는 외울때까지, 아니 읽을때까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스펠링을 하나씩읽고 단어를 읽도록하였습니다.
불과 sentence 하나를 읽는데 무려 1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수업을 진행하고 나서는 나중에는 저랑 공부하자고하면 저를 두려워하는건지.. 싫어하는 건지 반항을 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저랑은 함께 공부를 안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자기가 모르는 단어를 스펠링을 읽어가며 읽어가다보니 어느새 그 알파벳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발음을
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후에 제가 충격 받은 건, 제 딸의 발음이 저보다 훨씬 더 좋다라는 거였습니다.
솔직히 따갈로식 영어발음을 들으면 실망을 금치 못했는데...
딸 아이가 단어를 읽을 때는 정말 원어민 수준의 발음으로 단어를 읽어갔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는 집사람도 한참을 웃더군요,...
"Yeobo, Nia is better then you"
이런... 사실 그랬습니다. 니아는 처음한 2개월 동안은 youtube.com의 스펠링도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혼자서 유튜브에 들어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pussycatdolls의 jaiho라는 노래부터
This is me, 또 전 잘 모르는 팝송을 잘찾아서 따라부르더군요..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녀석이..-,.-;;;)
최근에는 한국의 그룹 2NE1의 I don`t care라는 노래까지 따라 부를 정도입니다.
(Nobody는 이제 필리핀에서도 서서히 한 물을 넘어가는 듯... 아이 때문에 저는 2NE1이라는 그룹을 알았습니다. 허걱^^;;)
그리고 필리핀의 방송을 보면 따갈로그 방송도 있지만 영어방송도 합니다.
니아는 어느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어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었고 스스로 그런 영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나 봅니다.
물론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수업이 주요했고, 무엇보다 니아는 콜센터에와서 강사들 흉내내는 걸 좋아했습니다.
사실 니아가 놀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었고,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집사람이 싫어해서
항상 데리고 다녔고, 니아도 2년 동안 헤어져 있었던 집사람 곁을 떠나는 걸 싫어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콜센터에서 강사들이 학습시키는 모습을 보고 배웠는지...
나중에는 혼자 강사들을 따라하면서 놀았고, 강사들도 니아가 콜센터에 있으면 따갈로그를 사용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영어를 사용하도록했습니다.(하지만 개인대화를 할때는 따갈로그를 쓰더군요^^;;)
지난 일요일에는 니아의 영어 책을 살펴보았는데.. 니아의 영어 교과서에는 문법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그냥 컴퓨터책은 영어로도니 교과서였고 또 상당 교과서가 모두 영어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법과 관련된 교과서는 없더군요..
아무튼.. 영어를 읽지도 못했던 녀석이 이제는 점점 읽기에도 능숙해지고, 살은 계속 찌고...
저한테 매달릴때면... 이제 겁이 날 정도입니다.
그리고 가끔 한국에 있는 조카녀석들과 전화통화라도 할때면 영어를 잘못하는 조카와 니아가 서로 단순한
안부를 물으면서 또 저나 집사람에게 물어가며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라곤 합니다. 제가 따갈로그를 잘못해서 영어만 사용하다보니...
집에서도 자연스럽게 딸 애와 영어로 이야기하고... 집사람과도 영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영어를 접하고 나누게 되면서
딸 애도 영어 실력이 많이 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어쩌면 저보다 더 영어를 잘할지도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