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학원·토익·동강…돈 없인 '취업스펙'도 없다
2009. 5. 28. 15:32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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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학원·토익·동강…돈 없인 '취업스펙'도 없다
대학가 '취업 사교육' 1인 연평균 193만원
[이코노미세계] 박모(여·고려대3)씨는 현재 은행권을 겨냥한 취업준비로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학교 수업 외 새벽 6시부터 토익강좌를 듣고, 증권투자상담사와 은행 FP(자산관리자) 등 2개 자격증을 따기 위해 동영상 강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행정고시를 준비하느라 취업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던 박씨는 "1, 2학년 때부터 취업을 목표로 준비해온 친구들과 스펙차이가 많이 난다"며 "은행 취직을 위한 족집게 과외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스펙' (명세서란 의미의 영어 'Specification'을 줄인 말로, 구직자들 사이 학력, 학점, 토익점수, 자격증, 인턴십 등 '이력서'에 기입할 수 있는 자신의 객관적인 능력 또는 경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입사지원에 필요한 토익 뿐 아니라 영어 면접과 각종 자격증 취득을 도와주는 학원이 따로 생겨날 정도다.
사학을 전공한 박씨는 "비인기 과목을 전공한 핸디캡을 극복하려면 금융관련 자격증을 반드시 따야한다"며 "학기 중이라 학원에서 제공하는 동강('동영상 강의'의 줄임말)을 보며 혼자 준비 중"이라고 했다.
여름방학이 되면 박씨는 친구와 함께 본격적으로 자격증 시험을 위해 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취업 경쟁이 치열할수록 대학생들은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학과 공부를 하며, 토익·텝스 등 공인영어시험은 물론 일본어, 중국어를 비롯한 제2외국어, 한자, 컴퓨터 등과 연관된 자격증 취득 공부도 이제는 대학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어학원에 다니는 최선애(여·한양대 경영학)씨는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 지원할 때 가산점을 얻고자 영어회화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며 "대학 전공뿐 아니라 지난 9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학원 수업도 들었다"고 했다.
부천대학교에 재학 중인 신창용(남·25)씨도 일본어 학원을 3개월째 다니는 중이다. 그는 "취업 경쟁력을 갖추려면 영어 뿐 아니라 이젠 제 2외국어도 필수"라고 말했다.
구인구직 정보업체 '알바몬'이 지난 2월 대학생 5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4%가 '최근 3개월간 학원 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학원수강의 가장 큰 이유로 취업준비(37.4%)와 자아발전(30.1%)을 꼽았다.
같은 시기 온라인 채용업체 잡코리아가 예비졸업생 821명의 취업스펙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졸업학점은 3.7점, 토익은 811점, 자격증은 1인당 2.8개였다. 2008년 졸업생보다 영어회화자격증 보유자 비율은 13.5%로 3.5%P 늘었고, 제 2외국어 관련 자격증 보유자는 21.2%로 3.8%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은 "취업 경쟁의 심화로 졸업생들의 역량이 매년 향상되고 있다"면서 "특히 지난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원자를 선호하는 기업채용 추세로 인해 졸업예정자들의 외국어 실력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그만큼의 스펙을 갖추기 위해 대학생들이 사교육에 투자해야 할 비용도 적지 않다.
금융권 입사를 준비 중인 권모(남·29)씨는 "현재 듣고 있는 두 달 분량의 동강을 구입하는 데만 80만원 정도 지불했다"며 "이런 강의를 2개 더 들어야 하는데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했다. 고려대 사학과에 재학 중인 박씨 역시 "토익에 자격증 시험까지 같이 준비하려면 한 달 학원 수강료가 40만원 가까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나운서, 쇼호스트, 방송 VJ 등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의 경우 방송아카데미란 별도의 학원을 다니는데, 5월 현재 방송 VJ를 위한 프로그램 수강자를 모집 중인 한 학원에서는 주 2회 6개월 수업에 15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잡코리아는 지난 해 10월 국내 4년제 대학 재학 중인 학생 13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생 취업 사교육비가 1인당 연평균 193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전인 지난해 4월에는 연평균 228만원까지 드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대학생들 사이 교내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자격증 대비를 위한 동영상 강의를 공유하거나 외국어에 능통한 학생들끼리 개인과외를 요청하는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김모(27·서울대 4)씨는 "100만원이 넘는 동영상 강의를 혼자 구입해 보긴 힘들어 친구와 절반씩 비용 분담해 한 아이디로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교환학생 제도가 활발한 대학일수록 중국, 일본, 미국 등에서 온 현지 학생들이 게시판을 통해 개인 과외를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 커뮤니티 포털인 '스누라이프'에선 한 중국인 학생이 시간당 1만2000원씩 중국어 과외를 한다는 글을 올린 것을 비롯해, 영어회화와 일본어 과외 모집도 올려져 있다.
또한 총 회원수(5월 11일 집계)가 111만8243명으로, 구직자들 사이엔 꽤 유명한 '취업 뽀개기'란 포털 커뮤니티에는 취업에 필요한 족보 공개에서부터 면접 노하우, 필기시험 대비를 위한 스터디 모집까지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하루, 커뮤니티에 스터디 모집을 위한 글만도 약 200건. '생스' (생활스터디의 줄임말로, 주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모임)나 '밥터디'(밥+스터디의 줄임말로, 공부는 따로 하되 밥을 같이 먹기 위해 만나는 모임) 등의 모집 글이 많았다.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박모(27)씨는 "혼자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보단 스터디를 하면 확실히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스터디로 정보를 공유한다고 해서 취업을 위한 사교육비가 전혀 안 들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ydbahng@segye.com
[이코노미세계] 박모(여·고려대3)씨는 현재 은행권을 겨냥한 취업준비로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학교 수업 외 새벽 6시부터 토익강좌를 듣고, 증권투자상담사와 은행 FP(자산관리자) 등 2개 자격증을 따기 위해 동영상 강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행정고시를 준비하느라 취업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던 박씨는 "1, 2학년 때부터 취업을 목표로 준비해온 친구들과 스펙차이가 많이 난다"며 "은행 취직을 위한 족집게 과외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스펙' (명세서란 의미의 영어 'Specification'을 줄인 말로, 구직자들 사이 학력, 학점, 토익점수, 자격증, 인턴십 등 '이력서'에 기입할 수 있는 자신의 객관적인 능력 또는 경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입사지원에 필요한 토익 뿐 아니라 영어 면접과 각종 자격증 취득을 도와주는 학원이 따로 생겨날 정도다.
사학을 전공한 박씨는 "비인기 과목을 전공한 핸디캡을 극복하려면 금융관련 자격증을 반드시 따야한다"며 "학기 중이라 학원에서 제공하는 동강('동영상 강의'의 줄임말)을 보며 혼자 준비 중"이라고 했다.
여름방학이 되면 박씨는 친구와 함께 본격적으로 자격증 시험을 위해 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취업 경쟁이 치열할수록 대학생들은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학과 공부를 하며, 토익·텝스 등 공인영어시험은 물론 일본어, 중국어를 비롯한 제2외국어, 한자, 컴퓨터 등과 연관된 자격증 취득 공부도 이제는 대학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어학원에 다니는 최선애(여·한양대 경영학)씨는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 지원할 때 가산점을 얻고자 영어회화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며 "대학 전공뿐 아니라 지난 9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학원 수업도 들었다"고 했다.
부천대학교에 재학 중인 신창용(남·25)씨도 일본어 학원을 3개월째 다니는 중이다. 그는 "취업 경쟁력을 갖추려면 영어 뿐 아니라 이젠 제 2외국어도 필수"라고 말했다.
구인구직 정보업체 '알바몬'이 지난 2월 대학생 5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4%가 '최근 3개월간 학원 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학원수강의 가장 큰 이유로 취업준비(37.4%)와 자아발전(30.1%)을 꼽았다.
같은 시기 온라인 채용업체 잡코리아가 예비졸업생 821명의 취업스펙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졸업학점은 3.7점, 토익은 811점, 자격증은 1인당 2.8개였다. 2008년 졸업생보다 영어회화자격증 보유자 비율은 13.5%로 3.5%P 늘었고, 제 2외국어 관련 자격증 보유자는 21.2%로 3.8%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은 "취업 경쟁의 심화로 졸업생들의 역량이 매년 향상되고 있다"면서 "특히 지난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원자를 선호하는 기업채용 추세로 인해 졸업예정자들의 외국어 실력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그만큼의 스펙을 갖추기 위해 대학생들이 사교육에 투자해야 할 비용도 적지 않다.
금융권 입사를 준비 중인 권모(남·29)씨는 "현재 듣고 있는 두 달 분량의 동강을 구입하는 데만 80만원 정도 지불했다"며 "이런 강의를 2개 더 들어야 하는데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했다. 고려대 사학과에 재학 중인 박씨 역시 "토익에 자격증 시험까지 같이 준비하려면 한 달 학원 수강료가 40만원 가까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나운서, 쇼호스트, 방송 VJ 등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의 경우 방송아카데미란 별도의 학원을 다니는데, 5월 현재 방송 VJ를 위한 프로그램 수강자를 모집 중인 한 학원에서는 주 2회 6개월 수업에 15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잡코리아는 지난 해 10월 국내 4년제 대학 재학 중인 학생 13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생 취업 사교육비가 1인당 연평균 193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전인 지난해 4월에는 연평균 228만원까지 드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대학생들 사이 교내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자격증 대비를 위한 동영상 강의를 공유하거나 외국어에 능통한 학생들끼리 개인과외를 요청하는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김모(27·서울대 4)씨는 "100만원이 넘는 동영상 강의를 혼자 구입해 보긴 힘들어 친구와 절반씩 비용 분담해 한 아이디로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교환학생 제도가 활발한 대학일수록 중국, 일본, 미국 등에서 온 현지 학생들이 게시판을 통해 개인 과외를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 커뮤니티 포털인 '스누라이프'에선 한 중국인 학생이 시간당 1만2000원씩 중국어 과외를 한다는 글을 올린 것을 비롯해, 영어회화와 일본어 과외 모집도 올려져 있다.
또한 총 회원수(5월 11일 집계)가 111만8243명으로, 구직자들 사이엔 꽤 유명한 '취업 뽀개기'란 포털 커뮤니티에는 취업에 필요한 족보 공개에서부터 면접 노하우, 필기시험 대비를 위한 스터디 모집까지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하루, 커뮤니티에 스터디 모집을 위한 글만도 약 200건. '생스' (생활스터디의 줄임말로, 주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모임)나 '밥터디'(밥+스터디의 줄임말로, 공부는 따로 하되 밥을 같이 먹기 위해 만나는 모임) 등의 모집 글이 많았다.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박모(27)씨는 "혼자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보단 스터디를 하면 확실히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스터디로 정보를 공유한다고 해서 취업을 위한 사교육비가 전혀 안 들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ydbah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