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6. 08:27ㆍ필리핀의 생활/나의 이야기
벌써 20여년이 되어갑니다.
1994년 신구전문대학교 아성문학회...
오늘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그 사람들과 함께하는 꿈을 꿨습니다.
나는 94학년 20기 회장, 이제홍(학교를 2년 늦게 들어간 늦깍이였죠)
2살 어린 동기들 그리고 선배들... 기억나는 건 악당이거나 천사표 선배거나 둘중 하나네요.ㅎㅎㅎ
14기 성하란 선배, 15기 재형선배 16기 박한재 선배, 17기..멋쟁이 선배들..18기 이희정 선배
19기 김동연 선배(아성문학회에서 16기 박한재 선배 이후로 최대 악당이었던 ㅎㅎㅎ)에서...
그리고 20기 동기들 이은주 또 맨날 싸웠던 유영하... 또 다른 동기들은 잠시 다녀간 친구들이 많아서 기억이 안나네요..
참 신기하게도 2년짜리 전문대학이었는데도 동아리 선배들은 4년짜리 대학교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동아리방을 찾아왔고, 술에 굶주린 후배들의 주린배를 채워주었고,
또 16기 박한재 선배는 선배들을 뜯어먹는 아름다운 선후배간의 돈독한 우정을 쌓는 법을 알려주었죠.
오늘 꿈꾼 것도 장소는 어딘지 모르겠지만 (아마 남한산성이 아닐까 합니다만..) 선배 둘이 술을 마시면서
늘 그렇듯이 예전 재학시절 동아리 때 이야길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서로 한 두명 연락되고 있는 선후배들을 부르기 시작하더니 산성 어디 즈음있는 하우스형 술집에
아성문학회 선후배 100여명이 자리하게 되었고, 17기 선배들을 시작으로,18기 19기 선배들이 장난어린 장기자랑이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에 서로 비밀처럼 숨겨졌었던 선후배들의 이야기들이 오갔고, 아이엄마가 되어버린 동기 영하에게 아이의 나이를 물었고
예전에 죽이 잘 맞았던 은주, 그리고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사실 선배인지, 동기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날보며 오랜만인야 하는 낯설지 않은 미모의 여자.. 아마 선배일거라는 추정..
선배들끼리는 파벌이 형성되어 있었지만 17기 선배들부터는 파벌이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찌되었든... 단 둘이서 시작한 술자리에 아성문학회 백여명이 함께 자리했고
문득 "아성가"라는 동아리 노래가 생각나서 노래를 부르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겨우 기억해 낸 것이
"봄에 이루어진 사랑은 마음이 예쁜 사랑.. 순이네 앞마당에 핀 꽃처럼 나의연인처럼
여름에 이루어진 사랑은 마음이 굳센 사랑... 파도를 깨치는 파도처럼 나의 아빠처럼
가을에 이루어진 사랑은 마음이 고운 사랑... 윤동주의 시처럼 아름다운 나의 연인처럼
겨울에 이루어진 사랑은 마음이 넓은 사랑... 대지를 뒤덮는 흰눈처럼 나의 엄나처럼...
아성에서 이루어진 사랑은 마음이 불같은 사랑, 태워도 태워도 삭지않는 나의 동지처럼... "
구절이었습니다.
사실 나도 잘 모르는 학원민주화 운동 때, 운동권 선배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노래말에
어딘가 모르는 운동권 냄새가 가득하게 들립니다만 지금은 모두 추억일 뿐이네요.
그러고보니 학민 때, 운동권 학생이었다는 이유로 89년도에 제적당하고 8년만에 졸업했던 14기 선배가 있었습니다.
제가 참 좋아했고 절 너무 좋아해주셨고 아껴주셨던 선배인데..
8년만에 졸업하는 선배에게 어린 마음에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곱게 마련한 정장에 검은색 먹물을 끼엊으며
8년만의 졸업을 축하해주었습니다.
지금생각해보면 참 어린 짓이었는데도 그 선배는 동방에서 술 마시다가 이윽고는 취해버렸고
그 선배 집까지 택시타고 데러다부었던 게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 선배는 선배의 어머니 앞에서 통곡하며 울었었습니다.
드디어 졸업했다고...
또 있었습니다. 선배짓 한다고 아성문학회 시회전 때, 자기 네끼리 사소한 호칭 때문에 - 아마 두 놈들이 서로 뚜꺼비니, 매뚜기 니하는
호칭때문에 - 싸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두 놈들 하고 21기 동기들까지 모두 기합잡는다고 했다가 이 두 놈을 중심으로
21기 후배들을 집합시켜서 단체 기합을 준적도 있었고, 그날 저녁에 또 늘 그랬듯이 술마시다가
단골 여관까지 가서 이 말썽꾸러기 두넘에게 각각 병채로 소주 한 병씩 완샷을 시켰던 적도 있었습니다.
한넘은 마시다가 30%가량 소주를 남겼고, 메뚜기라고 불렸던 놈이 친구의 남은 소주를 다 마셔버린 뒤,
이 두 놈은 서로 둘도없는 친구로 또 웬수로 지낸 걸로 기억합니다.
또 MT갔다가 이 두 놈이 싸우는 바람에 인천 해변가를 18기 선배에게 걸려서 이미 술에 취해 자고 있던 나까지 깨워서
해변가를 달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 때, 18기 선배는 "선착순 1인 열외"라고 했지만 술에 덜 깬 저는 모두 어깨동무하고 달리자라고 했고
우린 모두 단 한 번의 달리기로 벌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18기 선배는 저와 해변가에서 남아 소주를 마셨었습니다.
또 19기 동연 선배의 잠실 집에서 술먹고함께 잠들 때, 새벽 4시에 빌어먹을 작가정신이라는 생각이 이외수를 만나러 가자는 말에
황당해 하던 동연선배.. 그리고 얼마나 많은 후배들과 염문을 뿌렸고 선배들에게 돈도 많이 빌린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연락두절되었네요..
저도 학교를 1년 다니다가 다른 일을 하면서도 1년이상 학교를 계속 다녔었습니다.
휴학계를 냈었죠.. 휴학사유는 F 학점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졸업하기 힘들 것 같아서였습니다.
중앙일보사에서 준사원으로 근무하다가 입학한 신구전문대 야간 출판과는 저에게 재미없었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을 또 배우는 게 그랬고 또 그보다는 동아리가 더 재미있었으니까요.
오죽하면 교수님이 출석 확인하실 때, 제 이름을 부르시고 또 결셕하자
"이 학생은 낮에는 보이는데 밤에는 왜 안보여?"라고 하실 정도였으니까요,
나중에 교실에 갔더니 동기들이 저보고 그소식을 전하더니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참 술도 많이 마셨고 좋은 추억 나쁜 추억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전 학교 생활, 동아리 생활이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습니다.
동아리 가입한 첫날, 16기선배 수업을 대리 출석한 것을 시작으로 참 엉뚱하고 이상한 발상을 하는 이 사람들이
너무 사랑스러웠고 또 후배가 안들어 올 줄 알았는데도, 후배로 들어와서 함께 어울려준 후배들이 참 보고 싶네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 후배 중 한 놈이 교대 앞에서 커피샵을 할 때, 몇번 만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뭘하고 있을지...
다들 열심히 잘살고 있을 겁니다.
그저께 나처럼 2년 학교를 늦게 들어 온 18기 희정선배가 전화왔었네요...
제가 참 좋아하는 선배입니다... 16기 박한재선배에게 통화하다가 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네요...
꿈에서 깰 무렵, 전 100여명의 식사를 제가 대접하겠다는 이야길 하려다가 잠이 깨버렸습니다.
20여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들은 저에게 꿈처럼 다가왔고, 또 꿈속에서 그들을 그리워 하고 있습니다.
전 아직도 그들이 무척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잠을 자다가 문득 그 때 그 노래를 잊어버릴까 서둘러 글을 썼습니다.
지금은 신굳학교에 아성문학회는 없습니다.
22기 이후에는 신입회원이 없어서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동아리방의 그 낡은 캐비넷속에 있던 수많은 사진들과 시화전,
시낭송회 책자들도 모두 버려졌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버렸습니다...
지금은 20년이 다되어가는 까마득한 추억인데도 오늘 제 꿈속에 그들이 나타난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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